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書/習

열등감

전성태 2019. 4. 23. 08:13

대학을 가서야 열등감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친구들과 기숙사 방 안에 둘어앉아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는 줄곧 듣는 자로 남겨졌었다.

그들의 대화에 내가 낄 수 있는 주제는 없었고 마냥 웃어주고 들어주는 게 고작이었다.

심지어 "성태야, 너는 능력이 없는 거 같아."라는 말을 듣곤 온종일 가슴을 끌어안고 잠을 설쳤던 기억도 난다.

그런 자리가 많을수록 괜히 불안해져 갔고 더욱 더 나의 못남을 책하곤 했다.

그리고 나중에야 알 게 된 사실은 그들의 손에는 늘 책이 들려져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초중고를 오로지 교과서로만 책을 접한 나로서는 또다른 세상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고,

오히려 그 곳의 앎과 배움이 더 크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솔직히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 나로서는 책을 접할 어릴 적 환경이 못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다른 교실에 몰래 들어가 책을 가지고 나올 만큼 우리 집에는 책이 한 권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책을 통한 세상의 앎이란 없었던 것이다.

대학교 시절 그래서 나는 고민도 방황도 많이 한 것 같다.

책을 통한 인생의 지침도, 방향을 제대로 알아가지 못했던 것이고 말이다.

그래서 결심을 하게 된다.

나도 이제 책을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우선적으로 수필집을 사게 된다.

돈이 없었던 터라 길거리 바닥에 파는 책들이 그 당시에는 많았었다.

김형석, 윤동길 교수의 책부터 집어들어 읽어나갔고, 헤르만헤서의 지와사랑, 데미안으로 밤을 새우게 되면서 부터 나는 책이라는 묘미에 빠져들게 되었다.

당시 국어과 교수 말씀이 생각난다. "책에 빠져 하얀 밤을 지새운 경험을 한 사람은 절대 책을 놓을 수 없게 된다."는 말.

나는 그 당시 헤르만 헤세로 하얀 밤을 지새우게 된 것이다.

이제 책은 나에게는 뗄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